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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사이트/역사

조선, 1894년 여름

by 책 너머 인사이트 2024. 6. 12.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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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다

    오스트리아 여행가인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이 1894년 여름 조선을 다녀가 1895년 독일에서 출간한 책으로, 외부인, 그것도 서양인의 시선으로 조선을 바라본 시선이 담겨있다.  


    우리가 조선에 대해 잘 몰랐던 것들

    백의민족의 배경

    조선인들은 흰옷만 입었다. 저가가 본 조선인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오물로 뒤덮인 땅에서 살지만 그들이 입는 옷은 놀라울 정도로 새하얬다. 과연 조선인이 흰색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일까?

    아니다. 옷을 염색할 수 있는 기술도,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박제가의 '북학의'책에서도 잘 설명되어 있다. 자기 만드는 기술을 예로 들면서 사회 폐해를 설명했는데, 어떤 사람이 자기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고 하면, 나라에서는 그 자기의 판매량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세금만 많이 거두려고 한다. 사유재산이란 게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사람들은 기술을 배우려고도, 돈을 벌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다.

    조선인이 게으른 이유

    저자는 조선인만큼 게으른 종족은 없다고 한다. 

    이유는 위 내용과 연결된다. 돈을 벌고 모아봐야 나라에 강탈당하기 때문이다. 필요 생계 유지비보다 더 많이 벌면 관료에게 모조리 빼앗긴다. 그러니 일을 할 이유도, 연분도 없는 것이다. 

    조선의 병력

    조선의 병력은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다. 병사의 99프로가 무기를 잡아본 적도 없다. 관료들은 병력에서 제외시켜주며 뒷돈을 챙겼다. 전쟁이 시작되어도 병사들은 도망칠 생각만 한다. 저자는 조선의 병력이 약했기 때문에 일본이 조선의 주인이 된 것이라 꼬집었다. 

    도공의 나라, 조선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으로도 불린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도자기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의 도자기를 빼앗아가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도공들을 일본으로 연행해 갔다.

     

    수 만명이나 되는 도공들이 일본에 납치되어 세계적인 일본의 요업이라는 도자기 산업을 부흥시켰다.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조선의 도공 역할이 컸다. 

     

    조선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더 심한 것들

    여성의 삶

    여성의 삶은 아주 비참했다. 이름조차 없다. 단순히 자매들과 구분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고, 그 이름조차 가족만 알게 되고 결혼하면 이름이 아닌 자식의 엄마로 불렸다. 당연히, 남자와도 차별을 받았다. 남편은 아내를 내쫓을 수 있었다. 

    조상 숭배

    조선의 조상 숭배는 못 말릴 정도였다. 상을 치르는 동안 상주는 공무를 맡아서도, 동물을 죽여서도, 결혼도 못했다.

     

    한 일화로, 한 남자는 결혼식 치르기 전 신부될 여자의 조부가 죽어서 3년을,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또 3년을, 신부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3년을,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또 3년, 총 12년 동안 결혼을 기다려야 했다. 이제야 결혼하나 했더니 신부가 될 여자가 병들어 죽었다. 

    형벌

    역적은 죽은 후 사지가 잘려 이리저리 끌려다녀야 했다. 여기까지는 그려러니 했다. 

    시신 역시 관료들의 배를 채우는 용도로 쓰였으니, 시신 조각을 들고 다니며 서민들의 집 앞에 있었다. 서민들은 끔찍한 광경을 보고 싶지 않으면 돈을 쥐어져야만 했다. 


    책을 읽고 나서

    동방예의지국, 백의민족, 고요한 아침의 나라 등 온갖 미사어구로 조선을 꾸미려 하지만, 조선은 지금의 북한보다 더, 아니 훨씬 더 폐쇄된 나라였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조선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사실, 흥미롭다기 보다도 조선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서 안타까우면서도 부끄러웠다. 

     

    저자가 꼽는 많은 것들이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조선인이 게을렀던 것도, 흰 옷만 입었던 것도, 기술이 없었던 것도, 외세의 침략을 받았던 것도, 전부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이를 부추긴 나라의 정책 때문이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조선인의 내면에는 훌륭한 본성이 있기 때문에 현명한 정부가 주도한다면 짧은 시간 내 깜짝 놀랄만한 것을 이뤄낼 것이라 언급했다.

     

    실제로 그러했으니 이쯤되면 저자가 노스트라다무스 뺨치는 예언가가 아닌가 싶다.

     

    박제가의 '북학의'를 읽고 조선에 살짝 호기심이 생겼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선의 모든 것이 궁금해졌다. 

     

    조선을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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