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책이 주는 핵심 메시지
행운과 불운은 언제 닥칠지 모른다. 그러니 크게 기뻐하지도, 크게 슬퍼하지도 말고 절도 있게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라.
책에서 나오는 '고전' 개념
고전은 우리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요, 마르지 않는 샘이다.
고전은 어떤 문제에 즉각 답을 주진 않는다. 다만 묻는 사람 스스로 마음의 샘을 파고 들어가 답을 찾게끔 하는 원천이 되어 준다.
행운에 대처하는 법
한창 나이
기쁨이: 난 한창때야.
이성이: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게 바로 젊음이야. 젊다고 너무 안심해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되거든. 삶과 죽음은 더없이 가까워. 그 둘을 가르는 거리가 한없이 멀긴 하지만 말이야. 삶은 끊임없이 휙 가 버리고, 죽음이 끊임없이 가까이 조여들어. 그러니 인간은 달아나도 가는 곳마다 기다리는 죽음을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기억력
기쁨이: 내 기억력은 탁월해. 나는 모든 걸 기억해.
이성이: 어떤 현자는 기억술을 사람들이 가르쳐 주겠다고 하자 망각의 기술을 배운다고 했어. 때로는 잊는 게 더 힘든 법이자.
지혜
기쁨이: 난 너무 지혜로워.
이성이: 지혜로운 자란 자기에게 아직도 지혜가 부족하다는 걸 아는 자야. 그러니 진정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지혜롭다고 자랑하지 않고, 다만 지혜에 따라 숨을 쉴 뿐이지.
자유
기쁨이: 난 너무 자유로워.
이성이: 지금 자유롭다고 자랑하지 말아. 갑자기 그 자유에서, 또 왕좌에서 노예 상태로 급전직하할 수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놀라지 말아. “반대로 노예가 왕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사람의 운명은 매 순간 바뀌고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플라톤의 말은 맞아.
명성
기쁨이: 난 너무 명성이 높아. 나는 더 큰 영광을 원해.
이성이: 열심히 일한 대가로 공기를 원하다니. 참 이상한 욕망이군.
권력
기쁨이: 내 권력은 감탄스러울 만큼 잘 자리 잡았어.
이성이: 어디에 자리 잡았지? 모래 위에? 물결 위에? 바람 위에? 아니면 사람들 말대로 운명의 수레바퀴에? 바탕이 불안정한 그런 믿음을 버려버려.
더 좋은 평판
희망이: 나는 죽고 나서 명성을 얻을 거야.
이성이: 명성은 죽은 자에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반면 산 자에게는 명성이 때로 해롭기도 하지.
희망이: 나는 유명해질 거야.
이성이: 부디 그렇게 되길 바라. 인간의 희망은 대부분 두 가지로 헛된 거야. 우선 실현되지 못하기에 헛되고, 다음으론 실현된다 해도 인간이 기대했던 것을 주지 않기에 헛되지.
불운에 대처하는 법
외모
고통이: 나는 너무 못생겼어. 자연은 질투심이 많아서 내게 멋진 외모를 주지 않았어.
이상이: 자연은 질투심이 많지 않아. 하루하루 가치가 없어지다 결국 스러지는 것이나 줬다는 소리를 들으면 자연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거야. 정말 마음이 좋다면 오래 두어도 변함없는 선물을 주겠지. 세월이 가면서 닳아 없어지는 선물은 구두쇠도 주는 거야. 멋진 외모는 자연이 주는 덧없고 약한 선물이야.
약한 신체
고통이: 나는 본래 약해.
이성이: 다 닳아빠진 낡은 용광로에 강철 칼날이 숨어 있듯 약한 몸에 강한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도 가끔 있긴 하지.
가난
고통이: 난 가난에 찌들었어.
이성이: 가난은 도둑과 그보다 더 나쁜 관능에 눈 감지 않고 경계하며 낭비에 물들지 않게 지켜 주지. 이 모든 악덕에서 너 집을 가장 잘 지켜 주는 것이 바로 가난이야.
잃어버린 시간
고통이: 난 잃어버린 시간이 아까워 울고 있어.
이성이: 이번 불평은 먼젓번 불평보다는 합당하네.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시간을 잃어버리는 게 더 심각한 일이니까. 잘살려면 돈이 필요한 게 아니야. 돈이야 잃으면 다시 벌면 되지만, 시간은 꼭 필요하고 또 잃으면 무엇으로도 메울 수가 없어. 그렇지만 누구나 뜻하지 않게 남에게 돈을 빼앗길 때가 있는 반면, 시간은 빼앗기는 줄 알면서도 기꺼이 빼앗기지 않던가.
고통이: 난 시간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이성이: 어느 시인은 이렇게 말했지. 늙어서 사람이 범하게 되는 잘못이 딱 하나 있다. 우리는 모두 지나치게 돈에 집착한다고. 우리는 욕심 때문에 이승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고통이: 난 꼭 필요한 일 때문에 시간을 뺏기고 있어.
이성이: 시간만이 유일하게 분명한 너의 것인데, 그런 시간을 억지로 빼앗는 그 필요한 일이란 대체 뭐지? 운명은 너에게 부와 명예, 권력, 인기, 나라, 그 밖의 것을 다 주었고, 그걸 언제든 도로 빼앗아 갈 수 있어. 하지만 시간만은 너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빼앗아 갈 수 없어. 시간은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손에서 저절로,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가 조금씩 없어져. 그런데 인간은 시간이 없어져 봐야 비로소 그 진짜 무게를 느끼지. 불평하는 소리는 너무 늦게야 들려오지만 이미 소용없어.
무례한 이웃
고통이: 내 이웃을 견디기 힘들어.
이성이: 언제나 그렇듯 정말 중요한 건 무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야. 그들이 기분 좋은 이웃이라고 상상해 봐. 그러면 그들은 기분 좋은 이웃이 될 거야.
고통이: 이웃이 너무 까칠해서 괴로워.
이성이: 혹시 네가 이웃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건 아니야? 입맛이 없는 사람에겐 아무리 달콤한 것도 쓰게만 느껴지니까.
타인의 무시
고통이: 남들이 나를 무시해.
이성이: 네가 혹시 지금 남을 무시하고 있거나 먼저 무시한 게 아닌지—서로 무시하기 좋아하는 인간 사이에서 습관이 된 것처럼 말이야—자문해 봐. 이렇게 인간은 서로를 미워하고 무시하며 폄하하지. 그러면서 자신은 아무도 존중하지 않고 자기만 존중해 주길 바라고 말이야.
거절
고통이: 내가 원했던 것, 믿었던 것을 난 방금 거절당했어.
이성이: 만약 원하는 것과 믿는 것을 언제나 얻는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신일걸.
부모의 죽음
슬픔이: 난 부모님을 잃었어.
이성이: 부모님은 좋은 자식을 남기고 가셨어. 너는 오히려 축하해야 해. 항상 부모님이 바라셨던 것, 즉 자식의 안전을 확인하고 이 세상을 떠나셨으니 말이야.
슬픔이: 난 부모님을 잃었어.
이성이: 좋은 자식이라면 운명의 타격 중에 자기에게 닥친 사고로 부모님을 괴로움에 빠뜨리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은 없지. 이제 너는 자신밖에 거칠 것이 없으니, 앞으론 더 태평하게 살 수 있을 거야. 너에 대한 소문이 돌면 상처받고, 네가 불행해지면 기가 꺾이고, 네가 아프면 더 늙고, 네가 죽으면 같이 돌아가실 부모님은 이제 안 계셔.
슬픔이: 날 그렇게 사랑하시던 부모님을 잃었어.
이성이: 부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부모님을 잃었다는 불운을 위로받고 싶다면 지난날을 기억해 봐. 넌 부모님께 잘해 드렸고, 할 수 있는 한 의무를 다했잖아. 비록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너의 사랑은 그대로 남아 있어.
자식의 죽음
슬픔이: 난 자식을 잃었어.
이성이: 자식을 잃었다고 하지 말고 자식이 먼저 떠났다고 해. 너도 머지않아 그 뒤를 따라갈 테니. 어쩌면 오늘 당장. 누가 알겠니? 이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죽을지. 산다는 건 확실한 게 전혀 없지만 죽는다는 것만은 확실해. 네가 자식을 뒤따라갈 거라고 했지만, 이미 자식을 따라가고 있어. 시시각각 뒤따르고 있다는 게 맞겠지. 어떤 순간에도 사람은 죽음에 가까워지는 걸 멈출 수 없고, 고른 걸음으로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슬픔이: 난 자식을 잃었어.
이성이: 자식이 없어짐으로써 이제 너의 두려움도 다 없어졌고, 네가 죽든가 자식이 죽어야만 마를까, 도무지 마를 길 없는 근심 걱정의 원천도 없어진 거야. 죽음만이 부모에게 믿음을 돌려주는 법.
슬픔이: 난 죽은 자식이 생각나 울고 있어.
이성이: 자식이 죽은 것이 아쉬워 운다면 자식이 태어날 때 진작 울었어야지. 그때부터 아이는 죽기 시작하는 셈이니 말이야. 이젠 다 끝났어. 그러니 자식의 운명도 너의 운명도 한탄하지 말아. 이게 모든 것 중 가장 나은 운명이니까. 자식은 불확실한 길을 뒤에 남기고 간 거야. 너는 자식이 안전하게 피신한 것을 보고 이젠 베르길리우스의 말대로 “그대가 그렇게 좋아하는 짐도 다른 어떤 것도” 닥쳐올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속박과 구속
고통이: 나는 비좁고 더러운 감옥에 갇혀 있어.
이성이: 너의 가엾은 육신보다 더 더럽고 비좁은 감옥은 없어. 그런데 너는 그 육신에서 행여 벗어나게 될까 두려워하지.
늙음
고통이: 난 늙었어.
이성이: 쉼 없이 걸어와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이 놀라워? 그렇게 가닿으려던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더 놀라운 일일걸?
악몽
고통이: 난 악몽에 시달려.
이성이: 어떤 현자의 말로는 꿈이 많은 건 걱정이 많아서야. 걱정을 몰아내라고. 그러면 악몽도 절로 없어질 거야.
인간은 모든 시간을 괴로움으로 만들지. 과거는 슬픔의 대상, 현재는 걱정의 대상, 미래는 두려움의 대상이야.
삶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
고통이: 난 삶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이성이: 삶이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경계하되 죽음이 예상보다 일찍 닥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봐. 그리고 아무 걱정 없는 너에게 죽음이 갑자기 닥쳐올까 봐 죽음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쾌락만 탐닉하는 것도 경계하고.
죽음
불안이: 난 죽는 게 두려워.
이성이: 그럼 태어나는 것도 사는 것도 두려웠어야지! 태어난다는 게 이미 죽기 시작하는 거야. 평생이 죽음으로 가는 여행이라고. 또 삶 자체가 일종의 죽음이기도 하고. 살면서 너는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고, 현자의 말대로 지금도 매시간 조금씩 죽어 가는 셈이지. 죽음이 인생 초입부터 곁에 있었고 살아가는 내내 함께할 텐데 뭘 두려워해?
책을 읽고 나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행운과 불운,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저자는 1300년대 사람인데 그 시대때 하는 고민이 놀랍게도 우리가 하는 고민들이다.
저자는 행운과 불운은 언제 닥칠지 모르니 행운이 찾아왔을 때도 불행을, 불행을 겪을 때도 행운을 대비하라고 말해준다.
불운에 대처하는 방법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행운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잘 없는데, 저자는 행운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지면을 많이 할애했다.
행운에 대처하는 방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겠지...
이 책에서도 스토아 철학을 느꼈다. 저자가 스토아 철학자인 키케로의 서한문을 한데 묶어 발간까지 할 정도였으니, 키케로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 책은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는 듯하다. 중세판 인사이드 아웃이라고나 할까.
여러 감정들이 나와 자신의 감정을 주체 못 할 때 이성이가 다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고전을 통해 또다시 배웠다.
행운과 불운에 대처하는 법을.
[행운과 불운에 대처하는 법]을 영상으로 만나보려면 아래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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